전세계약이나 매매를 앞두고
가장 먼저 확인하는 서류는 등기부등본입니다.
근저당도 없고, 가압류도 없고,
소유자도 명확하다면 많은 분들이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 정도면 안전한 집 아닌가?’
하지만 실제 전세 분쟁과 보증금 사고 사례를 보면,
문제는 오히려 이런 ‘깨끗한 등기부’를 믿고
진행한 계약에서 더 자주 발생합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등기부등본이 보여주는 정보와,
실제 사고가 발생하는 지점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1. 등기부등본은 ‘보증서’가 아니라 ‘참고자료’다
등기부등본은 법원에서 발급하는 공식 문서이지만,
기재된 내용이 실제 권리관계를
전부 보장해 주는 문서는 아닙니다.
등기부가 보여주는 것은
‘현재까지 등기가 완료된 사항’까지입니다.
앞으로 발생할 권리나 진행 중인 절차까지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등기부가 깨끗하다는 사실이 오히려 방심의 근거가 됩니다.
부동산등기부 확인 방법(출처:easylaw)
2. 제3자가 실제로 확인 가능한 정보의 범위
▶ 등기부등본으로 확인 가능한 것
- 소유자 정보
- 이미 등기 완료된 근저당, 가압류, 가처분
- 말소가 ‘완료된’ 권리관계
▶ 등기부등본으로 확인할 수 없는 것
- 대출은 존재하지만 아직 설정되지 않은 근저당
- 말소 신청은 했으나 등기 완료 전 상태
- 계약 이후 새로 설정될 담보권
즉,
‘근저당이 없다’는 말은
‘앞으로도 근저당이 생기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3. 전입세대 확인서와 세금 서류의 역할과 한계
등기부만으로 부족하다고 느낀 분들은
전입세대 확인서나 세금 관련 서류를 함께 확인합니다.
① 전입세대 확인서
- 해당 주택에 누가 전입해 있는지 확인 가능
- 선순위 임차인이 존재할 가능성은 추정 가능
하지만
- 확정일자 유무
- 보증금 규모
- 실제 우선변제 순위
까지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② 국세·지방세 관련 서류, 꼭 알아야 할 최신 기준
과거에는 임대인의 세금 체납 여부를
제3자가 확인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다만 2023년 이후 제도가 일부 보완되었습니다.
계약 체결 이후 임대차 개시 전까지
임대인의 동의 없이도 미납 국세를
제한적으로 열람할 수 있는 제도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제도에는 중요한 한계가 있습니다.
- 열람 시점이 매우 제한적임
- ‘미납 국세’만 해당됨
- 실시간 체납 반영이 아님
- 예정 세금이나 분쟁 중 세금은 확인 불가
따라서 이 제도는
완전한 안전장치가 아니라 보조적 점검 수단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4. 절대 확인할 수 없는 리스크는 따로 있다
여기서부터가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① 집주인의 실제 대출 현황
금융기관 대출 정보는
금융실명법과 개인정보 보호 규정상
본인 동의 없이는 제3자가 조회할 수 없습니다.
임차인이나 매수인이
은행에 직접 문의해서 확인하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② 말소 지연 또는 말소 불이행 리스크
- 대출을 실제로 상환했는지
- 말소 서류가 접수되었는지
- 언제 등기 완료가 될지
이 모든 것은
등기 완료 전까지 누구도 확정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미 갚았고 말소만 남았다’는 표현은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가장 위험한 말이 됩니다.
▶ 사고는 정보 부족이 아니라 ‘구조 실패’에서 발생한다
이 지점에서 시선을 바꿔야 합니다.
문제는 숨겨진 정보를 더 찾지 못해서가 아닙니다.
확인할 수 없는 리스크를
계약 구조로 통제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합니다.
5. 계약서에서 반드시 작동해야 하는 핵심 장치
▶ 가장 중요한 원칙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잔금이 먼저 지급되지 않도록 구조를 설계해야 합니다.
잔금 지급은 근저당 등 담보권의 상환 및 말소 절차가
확인되는 구조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말소 완료를 기다릴 수 없다’가 아니라,
최소한 상환과 말소 접수까지는 확인되는 구조입니다.
6. 잔금 지급은 ‘동시이행 구조’가 기준이다
실무에서는 잔금으로 대출을 상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현실적인 안전장치는 다음과 같은 방식입니다.
대출 상환과 말소 서류 접수까지 확인하는
‘동시이행 구조’가 실무적으로 가장 안전합니다.
이 구조의 핵심은
- 돈이 먼저 나가지 않도록 통제하고
- 권리 변동이 동시에 진행되도록 묶는 것
입니다.
7. ‘근저당 없는 집’일수록 더 조심해야 하는 이유
아이러니하게도 다음과 같은 집에서 사고가 더 잦습니다.
- 신축 주택
- 단기 보유 후 매도 또는 임대
- 계약 당시 근저당이 없는 상태
이 경우
계약 이후 대출이 실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계약 이후 신규 담보 설정 금지’ 특약이 중요해집니다.
8. 보증보험과 권원보험을 바라보는 현실적인 시선
전세보증보험이나 권원보험은 분명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역할을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 사전 위험 제거 수단이 아님
- 사고 발생 후 손실을 줄이는 장치
- 보장 범위는 상품과 약관에 따라 다름
보험이 있다는 이유로
계약 구조 점검을 소홀히 하는 순간,
리스크는 오히려 커질 수 있습니다.
9. 계약서에 도장 찍기 전, 반드시 던져야 할 질문
내가 확인할 수 없는 리스크는 무엇이고,
그 리스크를 돈과 시간으로 통제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명확히 답하지 못한다면,
그 계약은 구조적으로 취약할 가능성이 큽니다.
등기부등본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안전을 판단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확인 가능한 정보는 끝까지 확인하고,
확인할 수 없는 위험은 계약 구조로 통제하는 것.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작동할 때,
부동산 계약은 ‘운’이 아니라 ‘설계’의 영역이 됩니다.